포도밭 나들이
추석연휴가 끝나고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말에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애들이랑 포도밭에 놀러가지 않겠냐고. 뭘해도 애들이랑 놀아야 하는 상황에 최근에는 둘째가 자전거 타기에 재미를 붙여 주말마다 자전거를 탔는데 색다른 즐길거리가 생겨 단박에 그러자고 했다. 막내동생한테 물어보니 막내동생도 간다고 해서 여왕벌들은 집에 모셔두고 일벌들만 꼬맹이 벌들 데리고 토요일 밤에 길을 나섰다. 어디로? 동생네 집으로.
다음날 7시경에 일어나 씻고 출발하니 8시다. 2시간 30분이 걸린다고 친절한 네비게이션양이 알려 주신다. 열심히 달려서 도착. 도착지는 경북 의성군 금성면의 어느 산자락 아래 있는 포도밭.
점심 먹고 10박스 더 따고 50여 박스를 채워 각자 필요한 만큼 가져갔다. 나도 집에와서 나눠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나니 마눌님께서 바로 포도잼을 만드신다. 당분간은 포도의 향기속에 취해 살거 같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코끗을 자극하는 포도의 달콤한 내음이 너무 좋다.
포도밭 주인분이 다리를 다쳐 포도 수확을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제분들은 외지에 나가 있고….. 하루 이틀만에 포도를 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틈틈이 따야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포도밭이 제대로 관리가 안되었다. 정말 맛있고 싱싱한 포도들이었는데 말이다. 내가 직접 농사를 지은것도 아니지만 아깝다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렇게 싱싱하고 맛있는 포도들을 그냥 버려야 한다니…… 점심 먹으며 안타깝다고 얘기드리니 본인도 속상해서 포도밭을 아예 안가신다고 하신다. 그 말이 정말 가슴속 깊이 사무쳤다.
얼른 나으셔서 내년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