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입수

설날 열휴에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갔습니다. 부모님과 형제 가족들이 모두 가는 가족 여행이었습니다. 출발 전 짐을 싸면서 애들에게 각자 짐을 챙기도록 했습니다. 차에 짐을 싣기 전에 점검을 했더니 둘째가 제주도에서 입수를 하려고 반바지를 챙겼다고 합니다. 속으로 정말 할까? 생각했습니다. 숙소에 도착을 하니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불었습니다. 게다가 바다 바로 앞 숙소이긴 한데 바다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어디에서 할까 고민하다 근처 해수욕장에서 하면 되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 중 애들한테 가고 싶은 얘기하라고 하니 모두가 성산 일출봉을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성산 일출봉 다녀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내려오다 보니 저 멀리 성산스쿠버리조트 앞바다가 보입니다. 리조트 영업만 한다면 저기가 입수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에게 여기서 하는 게 어떻냐고 물으니 하겠다고 합니다. 

입수에 관한 스토리가 좀 있습니다. 제주 도착 후 첫째와 큰 조카에게도 물었습니다. 같이 입수할 생각 없냐고. 첫째는 당연히 거부를 했고 조카는 같이 입수한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속으로 세 녀석 다 입수시킬 요량으로 할아버지 업기 첼린지를 했습니다. 못 업으면 입수하는 걸로. 결론은, 첫째만 실패했고 둘째와 조카는 성공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제 예상대로 세 녀석 모두 입수하는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

성산 일출봉 하산 후 리조트로 가는 길에 한 번 더 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첫째와 조카는 발뺌을 합니다. 둘째한테 물으니 입수는 하고 싶은데 혼자는 못하겠다고 합니다. 제주 출발할 때부터 계획한 둘째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첫째와 조카가 안 한다면 할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일단 리조트에 가니 영업은 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께 여차저차해서 입수를 하고 샤워 시설을 좀 사용하고자 부탁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라 수영복까지 빌렸습니다. 그리고 시원하게 입수………

리조트에서 다이빙하러 오신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둘째랑 입수를 하려고 하는데 수온이 얼마나 나오냐고 물으니 14도라고 했습니다. 모두들 말립니다. 아니면 슈트 입고 입수하라고…..ㅎㅎ. 둘째의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 기원과 함께 가족의 응원받으며 맨몸 입수를 무사히 했습니다. 이후로 둘째는 어깨뽕이 가득 올라갔고 자랑할 무용담이 생겼습니다. 무사히 입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성산스쿠버리조트 사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Trackback : https://gga.kr/9861/trackback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