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바리

어제 다이빙을 하러 갔습니다. 물론 야간입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포인트에 자주 갑니다. 기존에 가던 포인트들보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습니다. 그리고 주차 공간도 넓고 입수와 출수도 편합니다. 새로운 포인트이기에 가는 곳마다 새로움 투성이라 많은 호기심을 줍니다. 가끔 바다로 들어가기 위한 길목에 낚시꾼들이 똥을 싸놓아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입·출수하기 가장 가까운 곳에 대형 버스가 항상 주차되어 있어 입·출수를 위한 이동거리가 좀 늘어났습니다. 어제는 버스 옆에 텐트가 3동이 쳐져 있었습니다. 가운데는 타프도 설치되어 있고 옆에는 샤워 텐트도 설치가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장비를 메고 이동하는 거리는 더 늘어났습니다. 주차하고 혼자서 약간의 투덜거림 후 장비를 챙겨 입수했습니다.

어제 간 포인트에 라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바닷속에 방치된 통발 줄이 여기저기 있어 그걸 모아 이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폐통발 줄을 끌고 다닐 수 없으니 그 위치에서만 라인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중간에 연결이 안 된 구간은 새로 발견하는 폐통발 줄을 이동 시켜 연결합니다. 혼자 하기도 하거니와 폐통발 줄이 없으면 연장이 안 되니 아직은 미완성의 상태입니다. 현재는 입수 후 30분 정도 이동을 하면 라인의 시작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닷속에 버려진 줄읗 재활용하다 보니 끌어다 연결한 줄이 다른 줄과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일단은 한 방향으로 쭉 연결하는 것이 우선이라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 어제는 다른 줄이 보여 그 줄을 따라가 봤습니다. 현재 설치된 줄은 4m 근처인데 7m쯤에 있는 줄을 발견한 겁니다. 그 줄을 따라 1시간을 갔지만, 여전히 끝은 안 보이게 길었습니다. 줄을 당겨보면 장력은 탱탱한 걸 보면 어딘가에 묶여 있는 듯한데 어제는 시간이 없어 다이빙 타임 120분에서 돌아왔습니다.

205분을 하고 출수를 하니 입·출수하는 지점에서 어떤 여성분이 말을 겁니다.

A : 서방님~ 서방님~~~
나 : (서방님? 쳐다봄)
A : 서방님~~~~
나 : 네?
A : 너무 안 나오셔서 걱정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요….
나 : 아….네…..

“서방님? 내가? 이상한 사람이네”라며 혼자 생각하고 장비를 들고 포트르기니 적재함으로 갔습니다. 장비를 내려놓는데 다가와서 또 말을 겁니다.

A : 혹시 뭐 잡은 거 없으세요?
나 : 네. 없습니다.

혀가 살짝 꼬였고 술 냄새가 납니다. 제가 서방님이라 불린 이유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다시 한번 걱정했다고 말을 걸기에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얘길 하고 장비 정리를 하고 있으니 일행이 있는 쪽으로 갔습니다. 좀 있으니 이젠 다른 여성분이 오십니다.

B : 장비가 엄청 멋지네요.
B : 사장님….. 잡으신 거 좀 팔면 안 될까요?
나 : 보셔서 아시겠지만 제가 잡으러 온 게 아니라서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채집하거나 잡으면 불법이라 벌금을 내야 합니다.
B : 에이~~ 불법이라도 다 잡잖아요. 제 신랑도 다이빙하는데 많이 잡아 옵니다.
나 : 그렇긴 하죠. 세상 사람들이 법을 다 지키는 건 아니니까요….
B : 어제도 다이버들이 왔는데 그분들은 금방 하고 나왔는데 사장님은 너무 안 나오셔서 다들 걱정을 많이 했네요.
나 : 그런가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잠시 후,

B :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내밀며) 추우실 텐데 이거 한잔 드세요. 블랙입니다.
나 : 어이쿠… 고맙습니다.

커피를 건네준 여성분이 돌아가고 장비 정리하며 든 생각입니다. “저분들은 정말 절 걱정했을까? 아님 안줏거리가 필요한데 제가 빨리 안나와서 기다리다 지쳤을까?”. 일단 걱정해 주신 마음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 무척이나 고마웠기에 전자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장비 정리를 하는데 일행들이 있는 곳에서 남자가 하는 얘기가 귀에 들립니다. 말하는 내용을 들으니 다이버인 듯합니다. 제가 다이버이다 보니 다이빙 얘기는 묘하게도 다른 얘기보다 잘 들렸습니다. ㅋ

B : 잡은 거 없대.
남자 : 잡으면 안 돼. 허가받은 해녀만 되고. 해녀도 아무 데서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자기가 허가 받은 데서만 할 수 있고.
남자 : 그거 봐.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여긴 수심이 낮아서 사고 안나.
남자 : 장비에 */*–/*+-//+/*//*!@#!$%# 그 안에 나와. 안 나오면 큰일 나거든.
여자 : 바닷속이라 그물도 있고 위험하잖아.
남자 : 칼이 있어서 괜찮아. 사실 다이버들은 그물에 걸릴 일이 없어. 머구리들이나 그물에 걸려서 사고 나지.
남자 : 그리고 진짜 다이버들은 이런데 안 와. 물살 센데 가지. 여긴 해삼이나 소라 줍는 잔잔바리들이나 오지. 이런 데는 아무것도 없어.
여자 : !@$!@$#%!%#$%^#$^%$%^%$^&%^$*^&%$^$
남자 : 텍다이버들은 이런데서 다이빙 안해.
여자 : !$##^%#$^&%$#&$%^#$
남자 : 제대로 배우면 !#$!%#%^$^$#^ 군대서 배우고 혼자서 @!%$^#$&^%^#&U$%^&%$^

이런 얘기들을 나누는 게 들렸습니다. 그 일행들과 제 차 사이에 승용차가 2대 있고 바람이 있어 얘기들이 중간중간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정확히 못 들은 부분은 외계어로 처리했습니다. 출발 전 다시 한번 커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현행법상 불법인 채집과 작살질이 그렇게 나쁜 짓인가를 운전하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수중 생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착생물과 이동생물. 고착생물에는 조개류와 해초가 있고 이동생물에는 두족류를 포함하는 어류가 있습니다. 고착생물에 대한 채집금지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동생물에 대한 채집금지는 좀 과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족자원 보호라는 입장에서 보면 잡는 양으로 봤을 때 낚시꾼들이 훨씬 더 많이 잡으니까요. 게다가 어린 고기나 원치 않는 고기가 잡혔을 때 방생을 하는 것보다는 다시 입질을 못 하도록 땅바닥에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다이빙을 하는 데는 항상 낚시꾼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이빙 후 낚시꾼들이 있는 곳을 돌아보면 항상 그랬습니다. 낚시에는 잡힐지 몰라도 작살에는 결대 잡히지 않는 어린 고기들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낚시꾼들이 버리는 쓰레기 또한 만만찮습니다. 또한 그들이 여기저기 싸질러 놓은 똥 덩어리를 보면 정말 분노가 치밀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낚시꾼이 그런건 아닙니다. 얘기가 잠깐 옆길로 샜지만 제 생각은 낚시꾼이나 다이버나 금어기를 제외한 기간에 채집 가능한 최소 크기와 마릿수를 정해 놓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낚시를 하러 가면 항상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듯, 다이버들도 물속에 들어가면 항상 대상 어종에 원하는 크기의 고기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남자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돕니다. “잔잔바리”.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입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그 남자가 얘기한 말투에서 대충 어떠한지 느낌은 옵니다. 잔챙이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누군가의 질문이 나옵니다.

잔잔바리가 무슨 뜻인가요?

안녕하십니까? 표준 국어 대사전과 우리말샘 등을 두루 찾아 보았지만 문의하신 표현에 대하여 답변해 드릴 만한 근거를 찾지 못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쓰임이 있는 말이라면, 우리말샘에 직접 그러한 쓰임을 올려 보시기를 권하여 드립니다.

세상에나…. 국립국어원에서도 모른다고 합니다. 진짜 의미는 모르겠지만 그 다이버에게 저는 잔잔바리였습니다. 텍다이버도 아니고. 제가 뭐가 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이버로서 비다이버에게 좀 더 정확한 사실들을 설명해 줬으면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 중 하나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겁니다. 실제 경험해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의 부지기수입니다. 또한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절대 진리는 아닙니다. 다만 세상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이나 미래에 일어날 여러 가지 일들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약간의 지식이 생길 뿐입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단정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려 하고,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내가 아는 게 세상의 진리요 전부라 생각했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인생 경험이 쌓이니 그렇게 했던 과거의 제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분 덕에 저를 한 번 더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혹여나 제가 실수를 하게 되면 꼭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나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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