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재호흡기를 선택할 것인가

다이버들의 활동은 굉장히 많은 영역으로 확장되어 있습니다. 레크레이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오버헤드 환경과 대심도 다이빙에도 수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순전히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할 수도 있고, 탐험과 모험심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고, 과학적 연구를 위해 탐사를 하거나 군사적 목적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모든 다이빙 활동을 함에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관문이 있는데 그건 바로 다이빙 입문 과정입니다.

다이빙 입문 과정이 끝나고 이제 수중 세상의 여러 모습들을 접하러 다니며 경험이 쌓이다 보면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곤 다음 레벨의 교육을 받으며 점차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연습과 실전 경험을 쌓으며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낍니다. 각 단체들마다 여러 과정들이 있습니다. 교육단체 대부분의 과정들을 보면 최상위에는 재호흡기 과정이 있습니다. 그럼 재호흡기 과정이 왜 최상위에 있고, 왜 가장 나중에 배우게 되는 과정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픈 서킷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수중에서 호흡할 수 있는 기체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것이 어떤 환경이었든 간에 말입니다.

인간은 도구의 도움 없이 수중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게 진화되어 왔습니다. 그러기에 사람이 수중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도구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이빙 장비의 역사는 길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노력으로 사용 환경에 따른 장비의 개발과 구성에 많은 발전이 있어 왔고, 현재도 발전은 하고 있습니다. 더 깊은 수심을 가고, 더 오랫동안 수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기존의 장비를 이용한 효율적 구성이 필요했고, 개선된 개념의 장비 구성으로 실제 적용을 하며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안 되는 경우가 있으니 새로운 개념의 장비가 필요했고, 누군가의 아이디어와 실천력으로 새로운 장비를 만들고 개선하면서 발전한 게 현재의 다이빙 장비 종류들입니다. 그리고 그 장비의 정점에는 재호흡기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입문 과정을 지나 중급과 상급 과정을 거치는 동안 많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본인이 추구하는 즐거움의 방향이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좀 더 전문적인 다이빙의 영역에 한 발짝 발을 내딛게 됩니다. 그것이 수중 촬영일 수도 있고, 대심도 다이빙일 수도 있고, 오버헤드 환경에서의 다이빙이거나 버블이 없는 재호흡기 다이빙일 수도 있습니다.

개방식 장비로 경험하게 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거나 조금 더 안전한 다이빙을 위한 선택지가 존재할 때 고민의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멈출 것인가? 더 할 것인가? 더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이 무엇이 되었던 간에, 그 과정이 어떻게 되었던 간에 재호흡기가 필요한 상황이 오거나 해야 할 이유가 생기면 재호흡기가 무엇이고 어떤 것인지 호기심이 생깁니다. 호기심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재호흡기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수많은 위험에 관한 얘기도 알게 됩니다. 실제로 재호흡기를 사용하는 다이버에게 궁금한 걸 물어보고 싶지만 재호흡기 다이버는 주위에 생각만큼 흔하지가 않습니다. 우연히 리조트에서 마주치더라도 대놓고 말을 걸기도 좀 그렇습니다. 교육을 받고 싶은데 장비 가격이 어마어마하니 쉽게 지르기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여유가 있다면 개방식 장비처럼 이것저것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재호흡기 장비를 구입할 때마다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재호흡기 장비는 구입할 때의 기종 선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래 이미지는 제가 생각하는 재호흡기의 분류표입니다.

재호흡기는 개방식 호흡기와 다릅니다. 개방식 호흡기는 1회성 호흡 기체를 제공합니다. 탱크에 있는 기체가 1단계를 거쳐 2단계를 통해 다이버의 호흡을 통하면 밖으로 배출이 됩니다. 다시 호흡을 하게 되면 앞에 언급한 과정을 반복해서 거치고 탱크 속에 있던 기체는 점차 소진이 됩니다. 재호흡기는 앞서 언급한 호흡과정에서 기체가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재호흡기 장비에 다시 기체가 들어가는 구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호흡기가 기체를 보관하기 위한 구조가 되어야 하고, 다이버의 기체 배출 의지가 없이는 기체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Rebreather

▲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Rebreather

재호흡기(Rebreather)는 CCR(Closed Circuit Rebreather)과 SCR(Semi-Circuit Rebreather)로 나뉩니다.  위 분류표에 나오는 용어는 “재호흡기 용어 사전“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CCR과 SCR의 차이는 재호흡을 하는 기체 관리 방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CCR은 완전히 막힌 구조라 온전히 다이버가 강제로 기체를 배출해야만 재호흡기 안에 있는 기체가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물론, OPV가 있어 카운터렁에 기체가 완전히 가득 차면 자동으로 배출이 됩니다만 일반적으로 다이빙을 하는 동안에는 그럴 일이 없으니 이 경우는 예외로 두겠습니다. 기체 배출의 의미는 정상적인 다이빙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을 얘기하는 겁니다. SCR은 일정 호흡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기체가 밖으로 배출이 되는 구조입니다. 즉, 다이버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 횟수나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기체가 밖으로 일정량 배출이 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반폐쇄식 재호흡기라는 명칭이 적용된 겁니다.

서술이 좀 길었습니다. 앞에 긴 얘기를 언급한 건 재호흡기를 선택할 때 기본 구조는 알아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선택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 본인이 재호흡기 다이빙을 하려는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재호흡기 다이빙을 왜 하려고 하십니까?
대심도 다이빙을 하는데 가져가야 할 기체가 너무 많습니까? 오버헤드 환경에서 장시간 다이빙을 해야 하는데 휴대해야 할 기체가 너무 많습니까? 레크레이션 다이빙을 즐기지만 보다 안전한 다이빙을 하고 싶습니까? 수중 촬영을 하는데 버블 때문에 내가 원하는 장면을 촬영하기가 힘든가요? 개방식 장비로는 다이빙하는 게 식상한가요? 헬륨 값이 너무 비싸 부담스러운가요? 다이빙 중 호흡할 때마다 입이 건조해서 호흡하기가 불편한가요? 낮은 수온에서 다이빙할 때 체온 손실이 심한 가요?

○ 본인의 다이빙 패턴을 생각해 보세요.
내가 하는 다이빙의 대부분은 50m 이내의 다이빙인가요? 감압 다이빙을 자주 하나요? 많은 헬륨을 사용하는 대심도 다이빙을 1년에 얼마나 하세요? 30m 이내의 수심이지만 다이빙 타임이 2~3시간이 넘나요? 현장에서 주로 일을 하시나요? 충전 시설이 없는 곳에서 연속된 다이빙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나요?

○ 본인이 선호하는 장비 형태를 생각하세요.
어떤 다이버는 체력이 넘쳐나 엄청난 장비를 휴대할 수 있지만 어떤 다이버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백마운트 장비뿐만 아니라 사이드 마운트 장비도 효율적입니다. 싱글 세팅의 형태로 구성된 재호흡기도 있습니다. 전자 장비를 선호할 수도 있지만 전자 장비를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환경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의 구성이 있는 반면 심플하면서 간단하게 사용하는 장비의 구성도 있습니다.

○ 본인의 성향을 생각해 보세요.
재호흡기 다이버는 기본적으로 부지런해야 하고 꼼꼼해야 합니다.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러한 성향인 사람이 좀 더 유리합니다. 재호흡기 장비는 개방식 장비에 비해 장점이 많지만 그로 인한 치명적인 위험도 존재합니다. 그러니 다이빙 전, 후 관리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이 강조됩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점검하는 걸 귀찮아하고, 꼼꼼하지 못한 성향이라면 전자 장비가 잔뜩 들어간 재호흡기 장비를 선택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 본인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보세요.
재호흡기는 장비만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교육을 과정별로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소모품도 상당합니다. 기종이 바뀌면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산소 센스와 건전지가 필요한 장비가 있지만 그러한 것이 전혀 필요 없는 것도 있습니다. 재호흡기를 사용하기 위한 부수적인 장비도 만만찮습니다. 기종에 따라서는 부스터펌프와 기체 분석기의 개인 보유는 필수이며, 재호흡기가 고장이 나면 수리 기간과 부품값도 만만찮습니다.

○ 본인의 다이빙 환경을 생각해 보세요.
집 앞에 바다가 있나요?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 차로 몇 시간을 이동해야 하나요? 내가 자주 가는 리조트에서 보트 다이빙시 리프트가 없으면 입출수 하기 힘드시나요? 민물 다이빙을 자주 하시나요? 다이빙이 직업인가요? 취미인가요? 매주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인가요? 다이빙시 이용하는 배가 전용선이 아닌 낚시배나 어선인가요?

위 내용들을 참고해서 기종 선택을 하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주위의 재호흡기 다이버들에게 물어보고, 체험다이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그런 기회를 이용하는 게 장비 선택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어떤 재호흡기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재호흡기 다이버의 의견에 따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다이버가 그 기종에 대해 전문가 일지는 몰라도 다른 재호흡기에 대해서 전문가라 얘기하긴 곤란합니다. 물론 큰 틀에서는 대동소이하니까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에 대한 장, 단점과 다른 장비의 장, 단점을 함께 얘기할 수 있는 다이버라면 그 다이버의 의견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단점이 없는 완벽한 장비는 없습니다. 내가 다이빙을 하고자 하는 환경과 상황에 맞는 장비중에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서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장비를 우선 순위에 두면 됩니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참고하셔서 주변에 있는 경험 많은 재호흡기 다이버의 의견을 청취하시고, 체험다이빙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선택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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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sika

까만도둑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재호흡기에 대해 점점 자세하게 알게 되는거 같습니다.
다이빙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테크니컬 다이빙도 배우지 못했고, 경험도 충분하지 않지만
제게는 재호흡기가 참 매력적인 장비이고, 배울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단순한 이유이지만요..)
나중에 까만도둑님의 강의도 듣고 싶습니다 ㅋㅋ
(eCCR이랑 pSCR둘다 배워보고 싶네요)

짝궁뎅이

재호흡기의 궁금증이 커지면서 까만도둑님의 블로그를 보게되어 식견이 넓어짐을 느낍니다.
간혹 CCR 다이빙을 하시는 분들은 보았는데요. SCR은 아직 못 본듯합니다.

궁금점이 있어서 여쭤봅니다.
재호흡기는 테크니컬 영역이니 레크레이션 다이빙이 아닌 인트로투텍 과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는것인가요? 아니면 사전 조건의 레벨이 있나요? (예를 들어 다이빙 강사레벨 이상??)
SCR을 배우고자 한다면 국내에도 교육기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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