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기가 주는 매력

오늘…. 멋진 영상 한편을 봤다. Danny MacAskill의 영상인데 정말 멋지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영상에 나오는 숨막힐 듯한 배경과 그곳에서의 라이딩……. 상당한 멘탈과 담대함을 갖추기 전에는 힘든 라이딩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임도가 아닌 싱글코스에서 라이딩을 즐겨본 라이더라면 알것이다. 그의 담대함을……. 물론 영상의 주인공이 엉청난 수준의 라이더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인정하는 레드불 라이더이니 말이다.

나라면 핸들이 어떻게 꺽일지 모르는 바위 덩어리와 큰 낙차들이 있는 저런 멋진 풍경에서 자전거를 타더라도  주위 풍경이 눈에 안들어 올거 같은데 고수들은 그걸 눈으로 즐기고 마음으로 느끼는지 궁금하다. 순식간에 빠른 속도로 대면하는 상황을 대처하며 지나가기란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기에 한눈 팔 틈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그러기에 실력차이라는게 있겠지만 말이다. 아울러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과도 닮은 점이 있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 선택한 판단이 뒤에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선택과 결정의 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도 닮았다. 영상을 보다보니 내게 있어 자전거 타기가 주는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희미하게 느끼고 있던 것들을 정리해 보려 한다.

살다보면 고민과 번뇌, 결정의 순간들이 올때가 있다. 어쨌거나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 강구되어야 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한다.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여행을 가거나 이런저런 방법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몇가지를 해봤다. 제일 먼저 등산을 해봤다. 정리되는건 없었다. 그냥 등산만 하고 왔다는 결과만 있었다. 그 다음으로 수영을 해봤다. 수영하기 바빴다. 여행을 가봤다. 역시나 정리가 되고 기대했던 뭔가는 안나왔다. 어차피 내가 경험하지 못한거고 스스로에게도 확신이 안서는 것들이기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체념만 한가득 가져왔을 뿐이다. 하지만 매순간 어거지로 그 상황들이 타개가 되긴했고 시간이라는 만능열쇠가 모든걸 해결해 주었다.

어느 일요일 오후, 주말을 맞아 오전에 집안청소를 끝내고 쉬는데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장 주섬주섬 챙겨 가까운 안양천으로 나갔다. 물론 언제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길이지만 그날은 반대방향의 끝이 궁금했다. 막연하게만 느끼고 있었던 그 길이었지만 실제 달려보니 좋았다. 느낌도 좋았고 알 수 없는 뭔가가 느껴졌다. 해질녘까지 타고 집에 왔더니 상쾌하고 좋았다. 그 느낌을 또 느끼려 그 다음주에는 지도를 뒤져 코스를 짜고 날잡아 라이딩을 했다. 대략 80km 내외를 라이딩 했을거 같다. 좋았다. 정말로 좋았다. 말로 표현못 할 그런 느낌들이 나도 모르게 다가왔다. 같은 코스를 몇번 타는 동안 체인도 끊어지고 타이어도 터졌지만 지나가는 모르는 분들에게서 도움도 받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뭔가를 정리해야하고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자전거를 타고 멀리 떠났다. 운이 좋게도 그렇게 다녀오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서 돌아오는 내모습을 발견하고 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자전거를 타는게 인간의 삶과 참으로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내 두발로 저어야만 바퀴가 굴러가고, 알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내 힘으로 해결이 안될땐 도움을 받기도 하고…..
참으로 신기했다. 등산을 하거나 수영을 할때도 똑같은 상황들은 분명 있었는데 그때는 이런 느낌들을 못느꼈는데 자전거 타기를 할때는 느꼈으니 말이다. 많은 시간이 지난뒤에 내린 결론은 아마도 자전거 타기와 인생이 예측불가능 이라는 변수를 갖고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게다가 내리막길에선 어느 정도 무임승차도 가능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을 허벅지가 땡겨오고 심장이 터질것 같은 헉헉거림으로 오를땐 앞이 안보여 힘들어 미쳐버릴것 같은 힘든 현실과도 비슷하다. 그런면에서 자전거타기와 인생은 닮은 면이 많은거 같다.

아직도 자전거타기에 관한 로망이 몇가지 남아 있는데 과연 그것들이 실현될지는 모르겠다. 언젠가는 다운힐의 성지라는 휘슬러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고, 하나는 자전거로 하는 전국일주 여행이다. 현실적인 문제로 점점 멀어져 가는 꿈들이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걸 보면 미련한건지 현실을 모르는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할 수 없다고 희망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두다리를 저어 자전거가 굴러가듯 내 삶도 두다리로 짊어지고 가야할 인생의 무게니까 가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하리라 본다. 문제는 내가 가야 할 목적지를 자꾸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현실이다. 그럴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엉덩이에서 오는 고통을 느끼며 내 자신에게도 반성의 시간을 준다. 달리는 안장위와 휴식을 통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을 정리해주는 자전거와 함께 하는 시간들….. 이것이 내게 있어 자전거 타기가 주는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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