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 그러지 마라.

비록 내가 주워온 아들이지만 낳은 아들이랑 너무 차별하지 마라.
쪽쪽 빨아도 시원찮을 아들이라지만 혼 좀 냈기로 도끼눈 뜨고 째려볼거 까지야 있나.
당신 눈에는 한없이 이쁜 새끼인지 몰라도 내 눈에는 험난한 세상 살아갈 어린애일 뿐이다.
그 아들 만드는데 나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아들래미는 먹고 싶은거 알아서 해주지만 난 주는거만 먹는다.
그래도 불평불만 한적 있더냐.
아들래미 옷이며 책은 알아서 사주지만 난 있는거만 입고 얻어 입고 빌려서 본다.
빵꾸나고 찢어지면 꼬매서 입지만 불평불만 한적 있더냐.
양말에 구멍이나고 뒷꿈치에 블루홀 같은 구멍이 나도 언제 꿰매달라 한적 있더냐.
나는 그러하다.

당신 뱃속으로 나은 아들은 태권도며 피아노며 축구며 영어며 하고 싶은건 다 시켜주면서, 내가 다이빙 가고 자전거 타러 갈때는 눈치만 주더라.
아들래미 학원 땡땡이 쳐도 한없이 예뻐하면서 내가 자전거 타다 다쳤을때는 핀잔만 주더라.
그래도 되는 것이냐.

한이불 속에서 자려해도 언제나 아들래미만 껴안고 자니 나는 무엇이더냐.
나도 작은 놈 껴안아 자고 싶은데 징그런 큰놈만 같이 자려하니 작은놈 살냄새가 그립다.
내 코한테도 작은놈에게서 나는 살내음의 향기를 맡게 해주고 싶고, 장난도 치고 싶고, 장난치다 좀 울었다고 그리 역정낼 필요까지야 있나.
그게 그리 큰 죄이더냐.

사필귀정이란 영감들 말이 있다.
아들래미 질투하는건 아니지만 영감들이 했던말 하나도 그런거 없더라.
나중에 나이들어 등 긁어 줄 아들은 데려온 아들이지 낳은 아들이 아니다.
자꾸 이러면 나중에 두고 볼 일이다.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누군가에게는 낳은 아들이다.
당신이 낳은 아들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데려온 아들이 된다.
지금은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안아픈 아들이지만 언젠가는 남의 아들이 되어 그 마눌 눈치보고 살지 모른다.

나도 내 아들 한없이 사랑스럽고 이쁘다.
그리 따지면 당신도 데려온 딸래미가 아니더냐.
그러니 데려온 아들이라고 너무 그러지 마라.

그래도 한때는 죽고 못사는 남정네가 아니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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