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2014-04-16

필기구에 대한 욕심히 굉장히 많은 편이다. 어쩌면 도구에 대한 욕심이 많은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나 캠핑, 다이빙등을 즐기며 필요한 도구들은 웬만한건 다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나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맡기기 보다는 직접해야만 안심이 되고 걱정이 없는 좋지 않은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개선이 안되는 부분중 하나다. 40대 중반의 지금 나이에 이걸 고치기란 쉽지가 않고, 솔직히 이젠 이런 나자신에 익숙해져 버려서인지 불편함을 못느끼겠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고치니 어쩌니 하는 생각을 잊은지도 오래다. 다만 돈이 좀 들고, 시간이 들어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뿐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만년필이 총 3개(몽블랑, 플레티넘, LAMY)였다. 세일러를 한동안 사용하다 파란색 잉크를 문득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LAMY를 찾았는데 LAMY가 몽블랑과 함께 사라져 버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파란색의 다른 펜을 사용하다 도저히 손끝에 느껴지는 펜촉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 LAMY를 다시 주문했다.

몽블랑과 플레티넘, LAMY는 완전히 다른 촉감을 가지고 있는 펜이다. 부드럽게 미끌리는 필기감은 몽블랑을 따라 올 수가 없다. 하긴 가격이 비교조차 되질 않으니….. 플레티넘의 사각거림에서 오는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표현력과 작은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LAMY의 거칠면서도 강한 느낌의 촉감이지만 결코 거칠지 않은 표현력. 가격을 떠나서 모두가 제 색깔을 제대로 가지고 있다.

필기를 많이 해야하는 학과를 나온 탓이기도 하거니와 선천적으로 글쓰기를 좋아하며, 책냄새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항상 함께하는 소중한 벗들이다. 머리속에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기 위한 도구일뿐인데 도구 이상의 소중함을 부여하고 있어 한번도 놓아본 적이 없는 도구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만년필이 필기를 위해 만들어 졌다면 사람도 태어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인류의 숫자만큼 제각각이겠지만 공통분모는 상당수 존재한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답게 살고 행복을 추구하는건 누구나 꿈꾸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한국에서는 말도 안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누군가의 판단과 결정이 이 나라를 정의롭게 하고 아직은 이 나라가 살아 있음을 믿을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

자연라는 큰 틀안에서 보면 인간도 자연을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원일 뿐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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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별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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