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와 다이빙

대부분의 남자라면 10세 이전에 두발자전거를 타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없는 자빠짐을 경험하지요. 요즘 제 큰녀석이 수 많은 자빠짐에 자책과 짜증을 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스스로 체득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대신 체득으로 얻어지는 이득은 절대 수행능력을 잊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고생한 만큼 얻어지는 값진 열매인 셈이죠.

저는 10살에 자전거를 배운거 같습니다. 그 이후엔 몸으로 배웠기 때문에 절대 잊혀지지 않고 누구나 처럼 아무때나 자전거 위에 올라 가기만 하면 탈 수 있었습니다.

2005년 가을부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자전거만 탄건 아니고, 출퇴근 거리가 편도 6km(몇년 뒤엔 근무지가 변경이 되어 편도 32km) 정도 밖에 안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운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타고 회사까지 가서 회사옆에 있는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수영은 2003년부터 했구요. 이때 탄 자전거는 옥션에서 구입한 8만원이 안되는 무늬만 MTB 자전거였지만 좋다고 열심히 탔습니다.
2006년 12월말이 되니 1년6개월도 못탄 자전거가 슬슬 맛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자전거 샵이 있는줄도 몰랐으니 정비는 당연히 안하고 타고 다녔습니다. 브레이크도 잘 안잡히고, 기어도 제대로 안들어 가고….. 점점 눈에 박힌 가시처럼 여겨지더군요. 며칠동안 고민하다 마눌 몰래 들어둔 적금통장 깨러 은행에 들리니 80몇만원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돈을 들고 회사 근처에 있는 샵으로 갔습니다. 80만원으로 출퇴근도 하고 산에도 갈 수 있는 자전거를 내놔라고 했더니 현재의 자전거를 소개시켜 줬습니다. 현재는 부품들이 죄다 바뀌어 가격 산정이 안됩니다. -_-
처음에는 저도 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출퇴근길만 1년을 넘게 다니다 보니 예전 시골에서 비포장길에 타던 그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바꾸게 되면 산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면에는 당시 네이버 카페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거기 어떤 게시판을 보면 산악라이딩하는 동영상이 제법 올라왔었습니다. 그 영상들을 보고 생긴 호기심도 무시는 못합니다.
어쨌거나 마눌한테는 50만원에 샀다고 하고 무사히 집에 들여 놨습니다. ㅎㅎ. 아시죠?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걸……ㅋㅋ
한동안 출퇴근과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만 다니다 드디어 제가 사는 지역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을 합니다. 동호회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정기모임으로 도로라이딩을 하고 금요일엔 산악라이딩을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산악이 목적이었기에 처음 한두번만 얼굴 익히러 수요라이딩 참석하고 이후엔 산악라이딩에 치중하여 급기야 화요일과 주말에도 산악라이딩을 정기적으로 하게 만듭니다.
산악라이딩을 처음 참석했던 날은 자전거를 처음 배운것 처럼 험난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를 끌고 메고 다녔습니다. 다른 분들은 잘도 타고 다니더군요. 평소 땀을 잘 안흘리는데 그날은 땀으로 온 몸이 범벅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세상에 이런 운동이 있음을 처음 느끼고 새로운 세상에 발을 담근 제가 대견했습니다. 그날 같이 간 산악 신뺑이들이 저를 포함해서 4명이었는데 결국 저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산악은 포기를 했습니다.
초보들이 힘든 이유는 아니 힘든 이유가 당연히 있습니다. 산악라이딩은 일반 도로에서 타는 방법이 다릅니다. 쉽게 얘기하면 타는 방법이 다르니까 그 방법을 익히지 않으면 탈 수가 없는거죠. 산악에서 사용하는 기술들은 몇개 안됩니다. up hill, down hill, weight back 이 세가지 용어들이 얘기하는 기술들만 익히면 누구나 산악을 탈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이 기술들을 배우기도 엄청 쉬운데 대부분이 포기를 했습니다. 몇해를 동호회원들과 산을 즐겨 탔지만 임도까지는 쉽게 오는데 싱글(오솔길)은 대부분 포기를 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예상은 하셨겠지만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up hill은 실력과 체력이 안되면 끌고 가면 됩니다. 문제는 down hill입니다.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하는데 그게 안되더군요. 이유는 경사가 급한 내리막 오솔길을 내려가려니 마음이 벌써 멈춰버린 겁니다. 그러니 몸도 당연히 멈추구요.
사실 다운힐 할때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업힐 만큼이나 땀이 나는게 다운힐입니다. 순간순간 반응해야 하는 근육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조금의 방심도 금물이라 초절정 집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려오는 순간에는 모르지만 다운힐이 끝나고나면 온몸이 땀에 젖어 있다는걸 알게 됩니다.
사실 자전거를 믿고 자신을 믿으면 되는데 그게 안되더군요.

산악도 그러하지만 장거리 라이딩이나 기록 단축을 위한 라이딩도 굉장한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본인이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결정적인 순간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마음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평소에 단련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경우는 산악을 즐기는게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자전거 타기는 계속 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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