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143m 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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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감압이 끝나갈 무렵 문득 수면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어 보니 지원팀의 실루엣이 보인다. 안전 다이버들에게 수중 상황을 전해 들었겠지만 모두들 빼꼼히 쳐다 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
더운 날씨에 수고하셨습니다.
대심도 다이빙을 진행했습니다. 동해안에서 120m를 다녀온 이후 3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네요. 이번에는 OC로 100m를 가는 다이버가 있어 OC와 CCR 다이버들이 함께 진행을 했습니다. OC다이버들은 100m가 목표 수심이었습니다. CCR 다이버들은 상황이 괜찮으면, 바다가 허락하면 추가로 진행하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1차 목적은 OC 다이버들이 목표 수심을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100m 다이빙 감압중 nerd가 수심 에러 고장이 나는 상황을 겪었지만 다행히 백업으로 챙겨온 hud가 있어 다음날 140m 다이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심도 다이빙을 한다고 하면 주위의 다이버들에게 그 수심에 뭐 하러 가냐? 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면 반대로 물어봅니다. 왜 가는 것 같습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제 입장에서는 다이버에게 비다이버가 다이빙 왜 하냐고 묻는 거랑 비슷한 느낍입니다. 여러분들은 다이빙을 왜 하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하세요?
군인이 전쟁을 치르기 위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합니다. 운동선수들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연습을 합니다. 실제 경기에서 치르는 시간과 강도를 뛰어넘는 연습을 합니다.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매뉴얼이 형성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실전에 적용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을 찾습니다. 그래야만 실전에서 제대로 된 기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심도 다이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원하는 수심을 가기 위해서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며 예상치 못한 부분을 확인하고 테스트합니다. 143m를 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전에 했던 120m 다이빙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120m 다이빙이 가능했던 건 그전에 100m 다이빙을 하며 고민했던 부분들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지금 수심을 다녀온 건 다음 수심을 가기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물론 그다음 수심이 얼마일지는 모릅니다. 상황이 발생하거나 가야 할 이유가 있는 수심이 있으면 그 수심이 목표가 될 것입니다. 120m 다이빙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개선 방법을 적용했지만 이번 다이빙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찾았습니다. 120m 다이빙에서 겪었던 개선 방법을 적용한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다음 다이빙을 위한 밑거름이 됩니다. 문제점을 찾고 다음을 위한 준비를 하고.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어야 다음 다이빙에서 발생할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은 공유되고 전수되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저 역시 제 다이빙 스승이신 김대학강사님께 많은 걸 배우고 지식과 경험의 공유를 받았습니다. 이젠 제가 받은 것에 제 경험을 더 해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공유해야 합니다. 억지로 누군가에게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다가오고 노력을 해야만 공유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다이빙에 관한 무언가를 알려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고 해결책을 찾는 게 이번 생에서의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심각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음을 직감합니다. 할 수 있는 동안까지는 열심히 해 볼 계획입니다.
동해안에서 100m 다이빙을 무사히 마친 김영일 트레이너, 이해솔 강사에게 축하의 말을 전합니다. 아울러 육상 지원과 안전다이버를 해준 팀원 강영준 다이버, 김용섭 트레이너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심도 버디 문인석 트레이너 평가관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대심도 버디 중 한 명인 장세일 트레이너 평가관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 가기로 한 수심이었는데 전화로 얘기한 상황이라 이번에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에겐 다음이 있으니 그때 함께 합시다.
※ 다이버
○ 143m : 문인석, 이성섭
○ 100m : 김영일, 이해솔
○ 지원 및 안전다이버 : 강용섭, 장영준
※ 이성섭 사용 장비
– X-CCR
– 디앤비 드라이슈트
– 자작 발열조끼
– 라이트몽키 HID 23W
– 씨몬스터 핸드헬드 포커스 라이트 SM-1600
– PTRDKOREA 백업라이트
– SeaCraft GO 스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