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 조끼 자작

1. 발열 조끼와 제작배경

발열 조끼 사용에 대한 개개인의 선호도는 차이가 있습니다. 저 역시 여태까지 발열 조끼 사용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던 사람인데 보다 안전한 다이빙과 즐거운 다이빙을 하기 위해 올 겨울이 오기 전에 심각하게 고민을 했습니다. 추위는 잠수병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체온을 보호해야 하고, 개인차가 있기에 본인에게 적절한 외피와 내피를 선택해야 함은 다이버의 기본 자세입니다. 그런면에서 발열 조끼는 추위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는 여러 방법중 하나입니다.

발열 조끼는 두종류가 있습니다. 상체만 따뜻하게 해주는 조끼형 발열 조끼와 전신을 따뜻하게 해주는 전신발열 조끼가 있습니다. 물론 조끼 자체의 가격 차이가 많이 나고, 열원으로 사용될 밧데리의 용량도 차이가 납니다. 많은 다이버들이 동계다이빙이나 한여름 다이빙시 냉수대를 만났을때 오싹했던 추위를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강원도 바다의 경우 한여름에도 수온이 3~4도까지 경험할 수 있으니 물속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또한 감압다이빙을 하는 다이버라면 저수온에서 몇십분씩 진행되는 감압시간동안 겪게 되는 추위에 고생을 한적도 있을 겁니다.

추운 겨울이 다가 옵니다. 리조트를 이용한 다이빙을 진행하면 좋겠지만 야생에서 다이빙을 하는 저는 추위가 아주 큰 적입니다. 수온은 3도 정도 나오는데 출수후의 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드라이슈트를 비롯해서 모든 장비가 얼어 버리니 장비를 정리하는 동안 오들오들 떨어야만 합니다. 게다가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입에서 절로 욕이 나오기도 합니다.

작년에 발열 조끼를 생각해 봤는데 일단 올해는 발열 조끼 없이 동계다이빙을 진행해 보자는 생각으로 내피 두껍게 입고 다이빙을 했었습니다. 올해 다시 동계다이빙 시즌이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발열 조끼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제품들을 알아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닙니다. 발열 조끼와 발열 조끼용 인밸브, 캐니스터까지 구매를 하면 최소 270만원입니다. 하지만 제 드라이슈트의 인밸브는 SiTech 제품이라 국내서 판매되는건 맞지도 않습니다. 국내서 판매되는건 Apeks 제품 호환이라 해외구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하여 어차피 해외구매 할거면 관련 부품들을 같이 구매해서 자작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용감하게 자작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 준비물 및 비용

 

3. 제작과정

발열 조끼는 총 3부분으로 나뉩니다. 조끼, 캐니스터 그리고 이 둘을 연결시켜 주는 부분입니다.

가. 조끼

조끼는 발열 조끼로 웹사이트에 검색을 하면 무수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정말 너무 많아서 어느걸 선택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자작의 가장 큰 목적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게 자작의 출발점입니다. 한여름을 제외하곤 항상 입는 조끼가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그 조끼에 열원을 채우기로 하고 선택한 제품이 차량용 열선시트입니다. 종류가 몇가지 있으나 혹시 모를 침수에 대한 대비를 해야겠기에 겉면의 재질을 직물이 아닌 비닐로된 면상발열체를 선택했습니다. 다행히 제품구성은 가슴과 등을 모두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구조였고, 가슴쪽은 안주머니가 양쪽으로 있어 그걸 이용하고 등쪽만 주머니를 두개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차량용 열선시트의 배선작업을 다시 했습니다. 등쪽과 가슴쪽에 보다 매끄러운 배선이 될 수 있도록 조정을 했고 방수를 위해 본드가 들어있는 열수축튜브를 이용해서 연결부분은 방수처리를 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휴즈를 추가로 설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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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선시트입니다. 내부는 면상발열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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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자리를 맞춰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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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을 조정합니다. 자르고 붙이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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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를 잡아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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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작업이 90% 마무리 되었습니다. 스위치 부분은 최종작업에서 새로 작업을 해 연결콘넥타를 없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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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쪽에 주머니를 두개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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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쪽에 발열체를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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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끼부분 완성된 모습입니다. 저 상태에서 12V 밧데리에 전원 연결해 보니 아주 따뜻합니다.

 

나. 발열 조끼용 인밸브(Inlet Valve)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제 드라이슈트 인밸브가 SiTech 제품이라 Apeks와는 구멍크기 호환이 안됩니다. 그래서 수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인밸브가 아닌 P-Valve 스타일로 조끼와 캐니스터 연결을 하려 계획을 잡고 진행하며 몇몇 방수컨넥터와 부품들을 구매했으나, 실물을 받아보고 사용불가 판정을 내린뒤 해외사이트에서 E/O코드에 연결된 악세서리가 있는걸 발견했지만 차후에 발생할 여러가지 변수에 대한 대비책으로 발열 조끼용 인밸브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구매한 Inlet 밸브입니다.

분리를 하니 이렇게 되네요. 이 상태에서 기존의 Inlet valve를 떼어내고 이걸 부착합니다.

바깥 부분입니다. 공기주입은 누름버튼 방식입니다.

뒷면입니다. 슈트 안쪽이겠죠.

열조끼랑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동그란거 안에 있는 단자는 밸브안쪽 단자와 연결됩니다.

기존에 있던 SI TECH 밸브입니다.

밸브를 빼냈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밸브를 삽입하고 안쪽에서 꽉 조여줍니다.

열조끼와 연결되는 선이 달린 캡을 씌워 줍니다.
하지만 제 발열 조끼에 사용될 연결단자와 타입이 다릅니다. 그래서 연결케이블을 떼어내고 따로 만들어 교체를 합니다.

기존에 있던 발열 조끼와 연결되는 선 분리된 모습입니다.

교체된 연결선 입니다.

봐줄만 하죠? ㅋㅋ

저 두 부분이 연결되면 됩니다.

이렇게요…..

내외부가 완전히 장착된 모습입니다.

다. 캐니스터

캐니스터 제작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방수스위치였습니다. 아무리 구해도 답이 안나와 스위치가 없는 캐니스터를 제작하기로 마음먹고 스위치는 발열 조끼에 있는걸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비상용으로 캐니스터 케이블을 E/O코드로 사용하여 내부 스위치에 문제가 있을때 외부에서 해결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캐니스터 외장자재는 Derlin으로 하면 가장 좋겠지만 제 능력으로는 Derlin소재를 구입할 방법과 능력이 없어 포기하고 예전에 스테인레스 배관자재를 이용해서 뭔가 만든 경험이 있어 동일하게 만든뒤 상단부분만 환봉을 이용해서 선반가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필요한 자재를 구매한뒤 선반가공을 의뢰해서 아주 잘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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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재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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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을 합니다. 뭐든지 뚝딱 만드시는 마법의 손을 가지신 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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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부 가공 결과물입니다. 환봉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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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부와 하단부 선반작업을 끝냈습니다.

 

선반가공이 끝나고 고정형 매미고리를 용접으로 붙였습니다. Tig용접을 하면 깔끔하게 되는데 장비도 없고 능력도 안되어 아크용접을 했더니 엉망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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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형 매미고리도 달고 케이블그랜드도 끼웠습니다,

E/O코드를 끼워야하고 방수처리를 위해 케이블그랜드를 삽입합니다. 케이블그랜드는 사진의 제품처럼 브래스메탈과 플라스틱 두종류가 있습니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걸 선택하시면 되겠죠. 체결력은 아무래도 브래서메탈이 강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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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의 케이블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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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오링이 딱 맞는게 집에 있군요. 사실 윙에 있던 안쓰는 겁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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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조립된 모습입니다. E/O코드가 도착하면 케이블만 끼워 넣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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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보이나요?

이제 캐니스터에 들어갈 배터리가 있어야 합니다.  자전거 라이트에 사용하는 충전밧데리가 18650이니 이걸 이용하면 될거 같아 대충 계산을 해보니 15개를 사용하면 제가 원하는 전압과 용량을 얻을 수 있을거 같습니다. 물론 지속시간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밧데리를 사용하면 용량이 늘어나겠지만 일단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생각하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습니다. 사실 밧데리는 소모품이기에 용량이 떨어지면 교체해야 하는 부품중 하나입니다. 밧데리와 보호회로를 구입해서 직접 연결을 하려다 제가 야간라이딩을 위해 사용하는 할로겐 헤드렌턴 판매처에 문의를 해보니 제가 원하는 형태로 작업을 해준다고 하여 그곳에 의뢰를 해서 완제품으로 받았습니다. 제품을 수령하고 보니 제가 얘기한 부분과 살짝 다른 부분이 있자만 사용에 문제를 주는게 아니라 그냥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제 주렌턴이 HID 21W에 10A 캐니스터로 300분 사용가능하니 13A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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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V, 2600mA 18650 밧데리로 만든 전원부

밧데리까지 포함한 무게가 3kg이네요. 이만하면 웬만한 웨이트 무게입니다. 웨이트까지 줄이고 따뜻하게 다이빙하니 이보다 좋을수는 없군요.

주문한 E/O코드가 왔습니다.

E/O코드를 연결했습니다.

※2014. 01. 03 추가
캐니스터를 아세탈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아세탈로 만들어진 캐니스터는 “캐니스터 제작” 포스트를 보시면 됩니다. 스텐으로 만들어진 캐니스터는 아무래도 전시품으로 사용될거 같네요. ^^

4. 사용결과

육상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13A로 4시간을 연속 켜놨는데 계속 따뜻합니다. 사용에 특별한 문제도 없고,  5시간까지는 무난하게 사용할거 같습니다. 충전기는 HID 21W Primary 라이트용 충전기를 그대로 사용해서 충전을 하면 되니 충전기 값도 벌었군요.

수중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따스함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수온이 7도나 나오니까 수중에서는 솔직히 아직은 필요가 없었으나, 수면에 나와 장비철수 하는 동안에는 아주 유용했습니다.

 

5. 개선사항

현재로써는 별다른 개선사항을 못 찾겠고, 다만 캐니스터에 전원스위치가 있으면 없는것 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 2014. 01. 14 추가

발열 조끼를 착용하고 몇번의 다비빙 결과 개선사항이 있어 조끼의 형태를 바꿨습니다. 조끼를 내피 밖에 입으니 따스함이 많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맨안에 입으니 좀 나았는데 그래도 뭔가 부족했습니다. 문제는 조끼가 너무 두꺼워 다른 내피를 껴입기가 힘들어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면상발열체가 최대한 몸에 밀착하게 하기 위해서 집에 돌아다니는 천으로 좀 없어 보이는 조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 다이빙을 했는데 완전 대박이었습니다.

많이 없어 보입니다. ㅠ.ㅠ

 

내피 착용순서입니다.

기능성내의 => 내피 => 발열 조끼 => 내피 => 조끼

이 순서로 착용을 했습니다. 한결 낫네요.

 

※ 2014. 01. 19 추가

-0.7도에서 아이스 다이빙을 진행했습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엄청 시렸지만 몸통은 아주 따뜻했습니다. 조끼 디자인을 바꾸길 잘 했네요. 정확하게 얘기하면 영하0.7도는 아닙니다. 제 X1이 다른 컴퓨트보다 항상 1도 정도 낮게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조만간 센스점검을 보낼 계획입니다.

※ 2016. 02. 01 추가
20160201_14014520160201_140231발열 조끼 외피를 분홍색에서 까만색으로 바꿨습니다. 전문 수선집에서 20,000원을 주고 만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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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sika

이번에 저도 발열내피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다만 아직 캐니스터 배터리 및 써모밸브는 구입하지 못해서, 발열기능은 없는데, 주변분들은 수중에서 그렇게 큰 체감을 하지 못했다는 분이 은근 계셨습니다. 혹시 발열조끼나 내피를 사용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arisika

헛, 답글을 달아 주셨는데, 지금 봤습니다.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네이버에 알람이 왔었는데 요새는 어찌된 일인지 알람이 안보이네요 ㅜㅜ) 캐니스터 배터리와 써모밸브가 준비되면 바로 후기 남기겠습니다! (발열내피는 산티사 Flex 2.0입니다.)

Last edited 3 years ago by arisika
arisika

작년에 사놓고서 올해 5월에 산티flex 2.0 사용해 봤습니다. 따뜻하다기 보다는, 추운 곳에서 체온을 빼앗기지 않고 유지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얼어붙는 느낌이라기보단, 차갑긴 한데, 편안함을 유지해주는 정도? 미지근한 느낌이더군요 ㅋㅋ;; 열선이 넓게 자리잡아져 있다보니 팔다리도 덜 춥다는게 장점입니다.
다만 전력소모량이 어마어마해서, 24암페어로도 2시간 정도밖에 못쓰는게 단점인거 같아요(24암페어 배터리를 두개 써야 4시간 나올거 같습니다.)

[…] 후 장비 정리하는데 너무 춥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발열 조끼였습니다.이전 글에서 이 부분은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발열조끼를 만들어 수중에서나 출수 […]

[…] 후 장비 정리하는데 너무 춥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발열 조끼였습니다.이전 글에서 이 부분은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발열 조끼를 만들어 수중에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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